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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경탐사대] 분류

8/20자 13면 영남일보 게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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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증 딛고, 산거머리 공포 넘어… 그들의 순응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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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에서 고사인쿤드로 이동하는 오지탐사대원들.

‘2012 대구청소년 오지환경탐사대’가 최근 네팔지역 탐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중·고교생 12명과 지도위원 등 17명으로 구성된 탐사대는 지난 7월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네팔로 출발, 16일간의 일정 동안 랑탕국립공원에 있는 체르고리(해발 4천982m) 등정과 힌두교 성지인 고사인쿤드 탐사, 네팔 오지 학교를 방문해 학용품 전달 등의 일정을 마쳤다.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귀국한 오지 탐사대의 발자취와 히말라야의 여름 풍경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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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를 신은 채 20㎏이 넘는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포터의 모습에서 그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진다.
雨∼ 흠뻑 젖은 발걸음 ‘천근만근’


2012 대구청소년 오지환경탐사대(대장 차진철, 이하 오지탐사대)는 지난 7월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광저우로 출발했다. 광저우의 기상 악화로, 출발은 예정시각보다 1시간 이상 늦었다. 광저우에서 네팔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탔다. 설렘과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비행기에 탑승한 대원들은 10시간 이상의 비행을 통해 밤늦게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의 출발 지연이라는 긴급상황이 카트만두 공항에서도 이어졌다. 김백중 대원의 카고백이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광저우공항에서 갈아타면서 카고백이 옮겨지지 않은 것이다. 숙소에 도착한 오지탐사대는 현지 여행사 관계자로부터 탐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랑탕국립공원 초입에 있는 샤브루벤시로 가는 도로 서너군데가 많은 비로 끊어져 이동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긴급회의 끝에 도착 예정지인 순다리잘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인 25일 오전 버스로 30여분을 달려 순다리잘(해발 1천460m)에 도착한 오지탐사대는 네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가까이 보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과 우의로 무장한 대원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네팔은 6∼8월이 우기(雨期)라서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 이렇게 시작된 비는 탐사 일정내내 대원들과 친한(?) 벗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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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에 붙은 산거머리.
산거머리도 대원들을 괴롭혔다. 땅, 나뭇잎 등에 붙어있다가 대원들의 손, 다리, 배 등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산거머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대부분 대원이 산거머리에게 피해를 당했다. 개에 붙은 산거머리가 계속 자라 둘째 손가락만큼 커진 것도 볼 수 있었다. 물파스를 바르거나 소금물을 뿌리면 산거머리는 떨어진다. 비, 산거머리와의 ‘사투’를 벌이면서 치소파니(2천170m)에 도착, 탐사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26일 오전 5시 기상, 6시에 아침을 먹은 대원들은 7시에 쿠툼상(2천470m)을 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치플링에 있는 전교생 70명의 학교를 방문, 한국에서 가져온 연필, 공책 등 문구류와 재활용 의류를 전달했다. 대원들은 배낭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올 때는 힘들었지만, 네팔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작은 노력과 희생이 다른 사람에게는 커다란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노래를 불러주자 대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재활용 의류를 전달한 서재교 대원은 “마음이 찡했습니다. 해진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습니다.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전해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라고 했다.

아이들의 환송을 받으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 대원들은 9시간이 넘는 산행 끝에 쿠툼상에 올랐다. 차 대장과 지도위원들은 대원들에게 내일은 타레파티(3천510m)까지 1천m 이상 올라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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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로 가면서 바라본 폭포. 수백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인상적이다.
완전 무장 무색게 한 ‘슬리퍼 포터’


27일 쿠툼상의 아침은 한국의 가을처럼 서늘한 날씨를 보였으며 멀리 설산(雪山)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밤새 비가 내린 탓에 로지(산장)에 비가 새 일부 대원이 잠을 설치기도 했다. 타레파티로 오르는 힘든 하루가 시작됐다. 대원들은 계속된 오르막으로 다리는 무거워졌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두통 등 고산 증세도 심해졌다. 박주흠 대원은 “발바닥에 열이 나고 다리도 아프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습니다”며 힘겨워했다.

대원들의 힘겨움과는 상관없이 등산로 주변에는 우리나라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이 세 번 바뀌어야 볼 수 있는 닭의장풀, 국화 종류 등의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 있어 고소와 피로에 지친 대원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다.

트레킹 도중 힌두교 성지인 고사인쿤드(쿤드는 호수라는 뜻)를 오르는 많은 네팔인을 만났는데 이들은 마치 동네 가게에 물건 사러 나온 듯 슬리퍼에 낡은 옷을 입고 가볍게(?) 산을 올라 무척 흥미로웠다. 등산화와 재킷을 갖춰 입은 오지탐사대원과는 대조적이었다.

김현우, 신우진 대원 등은 고소 증세와 빗속에서 장시간 걸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대원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며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타레파티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해가 지고 나면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도시의 밝은 조명이나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같은 것은 이곳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둠에 순응할 뿐이다. 어둠 속에서 대원들은 헤드 랜턴에 의지해 일과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걸으면서 느꼈던 감정, 고마웠던 일, 도움을 줬던 일 등을 발표하는 대원들의 모습은 진지했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밤새 비가 내렸다.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를 원망하기보다 친구가 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팔인들처럼.

다음 목적지는 페티(3천730m). 고소 적응을 위해 고도를 많이 높이지 않았다. 걷는 동안 여러 개의 폭포를 만났다.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는 장관이었다.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물줄기, 우기 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나이애가라, 이구아수 폭포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200∼30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강렬한 인상을 줬다. 안개가 껴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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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툼상으로 오르던 중 신우진 대원이 대원들을 대표해 현지 어린이들에게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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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툼상에서 타레파티로 오르는 길. 강도를 더해가는 고산증세로 대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천천히 걷고, 말은 적게 하고…”


29일, 이번 트레킹 최대의 고비다. 라우레비나야크 패스(4천610m)를 넘어 고사인쿤드(4천380m)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오전 4시에 기상했다. 의료팀이 휴대용 SPO2 측정기로 대원들의 혈중산소포화도와 맥박수를 측정했다. 다행히 대원들의 혈중산소포화도는 산행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치가 나왔다. 그래도 차 대장은 걱정이 되는지 출발하기에 앞서 대원들에게 “천천히 걷고, 말 적게 하고, 모자는 꼭 써라”고 당부했다. 김백중, 신승 대원 외에는 4천m가 넘는 고산에 대한 경험이 없어 차 대장과 지도위원들은 걱정이 많은 듯 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3천m보다 낮은 곳에서는 밀림처럼 무성했던 나무들은 온데간데없고 나지막한 초본류만 무성하다. 산허리에 걸린 구름은 발아래에 있다.

4천m가 넘어서면서 대원들은 고소 증세에 더 시달렸고 발걸음은 느려졌다. 하지만 대원들은 국내에서의 혹독한(?) 훈련으로 다져진 체력에 오를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더해지면서 모두 라우레비나야크 패스에 올랐다. 일부 대원들이 고소 증세로 토하기도 했지만, 대원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했다. 패스의 돌탑 주위에는 색 바랜 오색 깃발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옆에는 수르야쿤드가 잔잔하게 물결치고 있었다.

라우레비나야크 패스에서 고사인쿤드까지는 내리막길, 1시간여 만에 힌두교의 성지인 고사인쿤드에 도착했다. 고사인쿤드는 산상 호수로 힌두교 신인 시바에 의해 창조돼서, 또는 비슈나 신이 잠들어 있다고 해서 성스러운 호수가 됐다고 한다. 이 일대에는 108개의 호수가 있다고 한다. 문득 이 호수에서 기도를 하면 백팔번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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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인쿤드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대원들이 스틱을 높이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호숫가와 호수 옆 제단에는 많은 힌두교인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안내자에 따르면 힌두교인들은 평생 10번은 이곳을 다녀가야 한다고 하니 새삼 종교적인 믿음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매년 8월 열리는 축제기간에는 수많은 힌두교인이 이 호수를 순례한다고 한다. 신성한 호수에 이번 오지 탐사가 무사히 끝날 수 있기를 기원한 후 다음 일정을 위해 라우레비나야크, 찰랑타피를 거쳐 무카르카 로지로 내려왔다.

닷새 동안 고소 증세와 잦은 비, 산거머리 등을 견디며 오른 고사인쿤드 가는 길은 오랜 세월 동안 히말라야에 순응해 살아가는 네팔인이 농사를 짓기 위해, 이웃을 만나기 위해, 신앙심을 확인하기 위해 다녔던 길이었다. 이 길에 의지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의 미소 띤 얼굴과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가르쳐준 이 산길을 대원들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다음회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중의 하나인 랑탕계곡 트레킹 이야기가 이어진다.

네팔에서 글·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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