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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민 정신적 안식처 마침내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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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연맹 작성 2,94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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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같던 팔공산 최고봉 비로봉이 40년 인고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고 마침내 빗장을 활짝 열었다. 그간 개방에 대한 공감대만 있었지 추진동력이 없어 지지부진하던 비로봉 정상개방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이는 대구의 진산을 되찾겠다는 산악인과 대구경북민들의 열의가 그만큼 강렬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제 힘들게 되찾은 팔공산 정상을 잘 보전하는 일은 대구경북민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그 일은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산악인과 시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녹록지 않았던 비로봉 개방

팔공산 비로봉 정상개방 논의가 가시화된 것은 영남일보가 2008년 9월18일부터 10월2일까지 '팔공산 비로봉, 철책선을 걷어라'는 주제로 기획물을 5편 연속 연재하면서부터다. 정상을 지척에 두고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산악인과 시민들의 숙원을 공론화시키자는 의도였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보도가 나간뒤 산악인이 중심이 된 대구등산학교 총동창회가 총대를 메고, 팔공산 탑골 등산로 입구에서 비로봉 개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많은 시민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수십년동안 꿈적않던 관(官)도 미동하기 시작했다. 대구시 관할인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측은 그동안 보안과 시설안전 등의 이유로 정상개방에 주저했던 공군부대와 대구MBC·KBS 대구방송총국 그리고 KT 등에 차례로 개방협조를 요청했고 긍정적 답면을 받아냈다. 여기에 지역민심을 읽은 대구시는 올 6월부터 1억2천만원을 투입, 비로봉 산행이 가능하도록 철조망을 제거하고, 안전펜스·돌계단 등 등산로 정비공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해 화답했다. 특히 방송국 등의 시설안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전펜스를 보강하고, CCTV 카메라도 설치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은 "막혀 있던 팔공산 정기를 분출시키고, 대구 경북민들의 정신적 안식처를 되찾은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상개방 후 남겨진 과제는

팔공산 정상 개방은 분명 끝이 아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복잡미묘한 사안들이 즐비하다. 우선 반쪽짜리 팔공산 안내지도의 통일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구시와 경북도는 각기 다른 내용의 지도를 제작했다. 하나의 팔공산이 두개로 쪼개진 셈이다.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지도 두 개를 구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봉우리 이름을 정리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동봉의 경우 미타봉, 서봉은 삼성봉으로도 불린다. 정상인
비로봉도 일부에선 제왕봉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역사적 고증작업을 통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관리면적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예산도 아쉬운 대목이다. 팔공산 전체면적의 70% 정도를 관리하는 경북팔공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는 연간 2억4천만원 정도를 순수 관리비로 쓴다. 관리면적의 30%수준인 무등산도립공원이 사업비 10억원을 투입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도내에서도 금오산, 청량산 도립공원이 연간 관리비로 각각 30억원, 20억원을 지출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영천, 경산, 칠곡, 군위 등 4개 시·군이 경계를 맞대고 있지만 어느 지자체 하나 제대로 관리에 적극성을 띠는 곳이 없어 경북도가 힘겹게 관리하는 형국이다. 1987년 이후 한번도 시행하지 않은 식생조사는 다시 찾은 팔공산을 지켜내는 데 필수불가결한 작업이다.

다행히 팔공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와 팔공산 자연공원관리사무소는 이달 중 효율적 관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공동관리위원회 형식을 띠며 내년 상반기쯤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유창근 도립공원관리사무소장은 "양 관리사무소측 협약은 앞으로 대구시와 경북도까지 확대해 팔공산을 매개로 실질적인 경제통합도 이뤄지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팔공산 연구모임 결성 열기

비로봉 개방을 계기로 지역에서는 팔공산을 제대로 알기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다. 산악인을 비롯해, 팔공산 자락에 주거하는 문화예술인, 그리고 시민단체 등이 그 선봉에 섰다. 경북대 건축과 이정호 교수는 '팔공포럼'(가칭)이라는 연구단체모임 결성을 준비중이다. 팔공산내 관광자원 개발 및 문화행사 발굴 등을 위해 체계적인 연구를 하겠다는 것. 이 모임은 팔공산에 거주하는 예술가와 옛 동구청지역혁신협의회 소속 자문위원이 주축을 이뤄 내년 상반기에 발족할 예정이다. 산악인과 교수, 언론인 등이 중심이 된 '팔공산을 사랑하는 모임'(가칭)도 창립을 서두르고 있다. 시민단체인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이미 5월부터 팔공산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체험행사를 기획하며 시민의 관심을 독려하고 있다. 식생체험, 걷기, 예술가 찾기 등이 그것이다. 팔공산에는 현재 보물 12점 등 총 31점이 보존돼 있고, 60여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있다.

최재덕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장은 "비로봉 개방으로 전국 1천200만명 산악인이 자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경훼손도 많이 우려된다. 산악인과 시민들이 팔공산 보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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