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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경탐사대 영남일보 게재내용(8/21)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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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청소년, 히말라야를 가다] 오지환경탐험대 네팔 탐사 동행기 (중)



구름속으로 한 발, 한 발… 캉진곰파 출발 4시간 만에 체르고리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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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고리로 오르는 대원들

산거머리 이어 이번엔 벌떼 습격

고사인쿤드의 여운을 가슴 한 켠에 묻어둔 2012 대구청소년 오지환경탐사대(이하 오지 탐사대) 대원들은 주변의 울창한 침엽수림과 목가적인 풍경이 인상적인 무카르카 로지(해발 2천950m)를 떠나 툴로샤브루(해발 2천130m)로 향했다. 고소 증세가 없어진 대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며칠째 물티슈로 닦았지만 얼굴과 몸에 남아있는 땀 냄새를 씻을 수 있다는 희망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이처럼 기분 좋게 이동하던 중 황경모 대원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벌에게 쏘인 것이다. 안내를 하던 까르마와 포터(짐꾼)도 벌에 쏘이는 등 때 아닌 벌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툴로샤브루에 도착한 대원들은 모처럼만에 꿀맛 같은 휴식을 즐겼다.

능선을 따라 로지(산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툴로샤브루 마을 앞에는 다랑이(계단식)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한국의 계단식 논을 보면서 느꼈던 아름답다는 느낌과는 다른, 이 높은 곳까지 농사를 지어야 하는 네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7월31일 라마호텔(2천500m)로 출발했다. 대원들은 랑탕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이동했다. 계속된 비로 랑탕계곡에는 많은 물이 흘렀는데 은회색 빛을 띤 계곡물은 바위에 부딪히며 굉음을 토해냈다. 물결이 너무나 세차서 물에 휩쓸리면 흔적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대나무를 뜻하는 뱀부에 도착했지만 주변에 대나무밭은 보이지 않았다. 뱀부의 한 로지에 ‘어서오십시요’라고 적힌 한글이 눈길을 끌었다. 맞춤법은 틀렸지만 한국사람이 그만큼 많이 찾아온다는 의미와 네팔사람이 한국민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표시 같아서 반가운 마음이 솟아났다.

라마호텔로 가는 길은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마치 밀림 속처럼 느껴졌다. 계속된 비로 등산로가 군데군데 끊겨 있고, 나무도 넘어져 있어 대원들을 긴장하게 했다. 계곡 건너 커다란 바위에는 10여개의 벌집(석청)이 매달려 있었는데, 족히 1m는 넘어 보였다.

8월1일, 맑은 날씨 속에 라마호텔을 출발한 대원들은 랑탕국립공원 고라타벨라 체크 포스트와 랑탕(3천500) 입구에서 트레킹 허가증을 검사받은 후 통과했다. 간혹 혼자 산행하는 등산객이 실종되는 경우가 있어 확인 작업을 철저히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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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비로 흙탕물이 내려오는 랑탕계곡 옆을 지나는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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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마을의 마니석을 지나는 대원들. 현지인들은 마니석을 오른쪽에 두고 걸어야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라마호텔에서 랑탕, 랑탕에서 캉진곰파(3천800m)로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험난한 곳이 없어 걷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랑탕마을을 조금 벗어나면 마니석(불교 경전, 진언을 새겨놓은 돌)이 수백m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돌에 글을 새긴 네팔인의 신앙심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현지인은 항상 마니석을 오른쪽에 두고 걸어간다고 한다. 그래야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캉진곰파로 오르는 길에는 야생화 군락지가 여러 군데 있어 심신이 지친 대원들에게 청량제 같은 역할을 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돌로 지은 주택이 많이 보였는데 이는 돌은 많고 나무는 구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해가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

2일 캉진곰파에 도착한 대원들은 다음날 체르고리(해발 4천984m) 등반을 앞두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고사인쿤드를 지나온 탓인지 심각한 고소 증세를 호소하는 대원은 없었다. 대원들은 잠시 시간을 할애해 치즈공장과 라마불교 사원을 방문했다. 야크 치즈는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치즈보다는 맛이 강하고, 치즈 특유의 냄새도 많이 났다. 수컷을 야크, 암컷을 나크라 부르는데 야크 치즈는 정확하게 말하면 나크 치즈다. 사원은 620년 역사를 자랑했는데 지붕이 돌로 돼 있어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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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고리 정상에 오른 대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환호하고 있다.

정상 오른 대원들 “아, 부모님…”


3일 오전 6시 대원들은 체르고리를 향해 출발했다.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매일 내린 비로 불어난 계곡물이 대원들을 가로막았지만, 등정을 향한 대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등반 도중 랑탕리웅(7천234m)이 모습을 드러내자 대원들은 독수리 오형제 퍼포먼스를 펼쳐 탐사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강첸포(6천387), 나야 캉(5천844m), 얄라피크(5천500m) 등이 조금 얼굴을 내밀다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져 아쉬웠다.

출발할 때는 구름이 높은 곳에 있었는데 차츰 아래로 내려오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천천히 힘을 아껴가면서 한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정상 아래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지천으로 깔렸는데, 너덜지대는 대원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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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고리 하산 중 대원들이 우산을 쓴 채 점심을 먹고 있다.
오전 10시 전후로 해서 대원 전원이 체르고리 등정에 성공했다. 정상에는 돌로 세운 탑과 룽다, 타르초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올라오면서 걱정한 대로 주변 풍광은 구름 때문에 볼 수 없었다. 체르고리 정상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주변 풍광이 대단히 멋지다고 알려져 있어 잔뜩 기대하고 올라왔는데 아쉬웠다. 구름이 걷히기를 기대하며 1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하늘은 우리의 바람을 모른 척 했다. 비가 더 거세게 내려 결국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대원 전원이 아무 탈 없이 등정한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작년에 안나푸르나 원정훈련 등반에 참가했던 김백중 대원은 “국내에서 힘든 훈련을 이겨낸 덕분에 체르고리를 등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탐사기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동안 부모님께 걱정만 끼친 것 같아 후회를 많이 했다. 앞으로는 좋은 아들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샤브루베시에서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여정도 만만치 않았다. 연일 내린 비로 산사태가 일어나 도로 곳곳이 끊어져 걷기도 하고, 중간에 버스도 이용하면서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오지탐사 후반부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는 허남준 대원은 “이번 오지탐사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는데 이긴 것 같아 뿌듯하다. 이번 경험은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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